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직장 우울, 우리는 괜찮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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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내노라하는 회사들은 지금 직원들의 직장성(職場性) 우울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창 일하고 또 의욕이 넘쳐나야 할 30대 직원들이 직장성 우울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깊어만 간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매스미디어는 직장성 우울을 특집으로 다룬 프로그램이나 기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직장성 우울이란 직장을 생각한다든지 직장에 가기만 하면 우울해지는 현상이다. 직장성 우울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눈을 뜨지만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맘이 전혀 안든다고 한다. 회사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해지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출근을 기피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럴 수는 없다. 결국 출근은 하지만 직장에 있는 시간이 즐거울 리가 없다. 직장은 이들에게는 지옥인 것이다.


회사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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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뿐 아니라 일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 결국 업무가 지연되고 잔업이 연속된다. 회사에 일분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은데 잔업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을 있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증세가 심해지면 결국 마음의 병으로 발전하게 되, 휴직을 하는 경우마저 나온다.


작년 일본의 사회경제생산성본부의 멘탈헬스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는 직장성 우울이 일본의 기업들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가가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6할 이상의 기업들이 최근 3년간 직원들의 직장성 우울 현상이 늘어났다고 대답했다. 직장성 우울이 증가했다고 대답한 기업이 2002년에는 48.9%로 절반 이하였던 것이 3년만에 12.6%나 증가했던 것이다,


직장성 우울을 포함한 마음의 병으로 1개월 이상 휴직하고 있는 직원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74.8%로 거의 4분의 3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2002년에 비해 16.3%나 늘어난 수치이다. 그 결과 직원들의 멘탈 헬스에 힘을 쏟는 기업도 점점 늘어나 2006년에는 59.2%로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직장성 우울은 우울증과는 다르다. 우울증의 증상이라면 잠을 못자고, 식욕이 없고, 몸이 나른하고,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이 기본적이다. 직장성 우울은 증세는 비슷한데, 이런 것이 다 직장의 업무와 관련될 때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직장성 우울을 앓는 직원도 회사문만 나서면 생기가 돈다

회사에 출근할 것을 생각한다든지, 회사 안에만 있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직장성 우울을 호소하는 직원들 가운데에는 회사의 회식이라면 빼놓지 않고 참석해 희희낙락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성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직장만 나서면 활기가 되돌아오고 의욕이 넘치는 것이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일본사회에서 직장성 우울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이라면 일본의 인사시스템이 급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인사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주의였다. 그리고 일본인의 집단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일도 모두가 나누어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이것이 완전히 바뀌어 성과주의를 도입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10년 불황으로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진 반면 신규채용이 거의 없었던 결과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량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중간관리자의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고 한다. 일본의 30대라면 태어날 때부터 풍요로움을 맛본 세대이다. 헝그리 정신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더구나 이 세대들은 가정에서의 과잉보호 탓으로 명령받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누군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상세하게 지시를 해주면, 아무 스트레스 없이 일을 잘한다. 그러나 모든 일을 맡겨버리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일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중간관리자의 부족으로 일의 지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30대의 직장성 우울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주의가 박살내버린 회사내 인간관계 

더구나 지금은 성과주의의 도입으로 상사와 직원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전이라면 부모관계와 비슷했던 상사와 직원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대로 소원해진 상태라고 한다.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되도록 적게 개입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에 세세하게 관여하고 지시한다는 것은 아예 기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 융통성없는 성과주의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업의 인원감축으로 개인 혼자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기회가 늘어난 것도 직장성 우울이 증가하는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개인으로 일해야 하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기업들의 경우 67.1%가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직원들 역시 늘어났다고 대답했다. 반면 그러한 기회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기업의 경우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는 기업은 49.3%에 지나지 않았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경우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기 어렵다. 책임만 많고 권한은 쥐꼬리만하기 쉽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직장인을 직장성 우울로 내몰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그리고 직장성 우울

우리 사회는 직장성 우울에서 자유로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아직은 직장성 우울이라는 것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직장성 우울이 사회의 문제로 부각될 수 있는 토양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804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조사결과에 그 가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란  직장인들이 앞날을 걱정해 슬럼프에 빠지는 심리적 불안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청소년들의 싱숭생숭한 심리상태를 빗댄 말이라고 한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귀하는 직장생활 중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98.5%(792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 792명을 대상으로 ‘사춘기 증후군의 증상’에 대해 조사해보니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귀차니즘과 무기력증’이라는 응답이 70.8%로 1위를 차지했다. ‘업무상 스트레스 등 회사관련 일로 인한 출근기피현상’이 58.3%로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이러한 증상은 언제든지 직장성 우울로 이어질 수 있고 또 우울증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적어도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은 직장성 우울 예비군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결과이다.


지금 일본사회는 직장성 우울의 해결에 진지하게 나서고 있다. 직장성 우울은 생산력의 저하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과주의의 폐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역시 직장성 우울이 사회적인 골치거리로 대두되기 전에 성과주의를 재컴토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맹목적으로 성과주의에 집착하다 보면 직원들을 "마음의 병"환자로 만들기 딱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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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근심을 피할 수 있는 나무이다. (S. 코울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