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잘못했단 말도 못 하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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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잘못했단 말도 못 하남유?
[한겨레]
태안주민들 ‘기름유출 사고책임’ 속내 드러내
“책임 피하려 공식사과 않는 것…초등생도 다 알아”
삼성쪽 “위탁사에 책임, 우린 도덕적 책임만” 주장
자원봉사자·누리꾼들 ‘삼성의 부도덕’에 비판 늘어
충남 태안반도 원유유출 사고 26일째인 2일, 눈보라와 추위를 피해 3일 만에 방제 작업에 다시 나선 피해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에 대한 감춰둔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유. 잘못했다고 말도 못 하남유?”
충남 가로림만에서 만난 백남춘(43·성일호 선장)씨는 “삼성중공업이 사고를 낸 것이 드러났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처음에는 어민들이 기름배(유조선)를 욕했는데 지금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사고낸 거 다 알고 있다”며 “대통령도 잘못하면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데 삼성(중공업)에서는 잘못했다는 말도, 책임지겠다는 말도 없다”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만리포 주민 이성원씨는 “장사도 다 망쳤고, 오염이 몇년 갈지도 몰라 ‘데모하자’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닌데 당장 기름 닦는 일이 급해 꾹꾹 참고 있다. 삼성이 책임을 피하려고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보상에 앞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수 만리포청년회장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상금에 눈이 멀어 데모나 하는’ 어민들로 비쳐질까 봐 참고 있지만,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나 하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언론도 삼성 책임은 말하지 않고 있다”고 거들었다.
특히 삼성중공업 쪽이 사고 초기 해경에서 “해상 크레인 항해는 오래 전부터 ㅂ회사가 위탁을 받은 만큼 항해에 따른 사고 책임은 ㅂ회사에 있을 뿐 우리는 도덕적인 책임만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가중되고 있다.
태안해경 수사관계자는 “삼성 쪽이 사고의 책임을 면하려고 ㅂ회사에 항해 부문을 맡겼다고 주장했으나 예인선단은 삼성중공업이 삼성물산 등으로부터 장기임차한 것이고 선원 고용, 임금지급 형태 등을 볼 때 사고의 책임은 법인(삼성중공업)에 있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ㅂ회사는 자본금 5천만원의 영세 해상 운송업체다.
이에 대해 정수완(35)씨는 “초등학생들도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제대로 항해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걸 다 아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검은 기름띠를 걷어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누리꾼들도 삼성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만리포에서 자원봉사를 한 김동성(29), 김춘식(28)씨는 “가서 직접 보니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고 언제까지 기름을 걷어내야 할지 암담했다”며 “어린 학생들도 방제복 안에 우비를 입고 추위에 떨며 일하는데 가해 기업은 어디에도 없더라”며 혀를 찼다.
누리꾼들도 원유유출 사고 기사마다 수백 건씩 삼성중공업의 부도덕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호종1976, 콤젝, 킴씨21 등은 ‘삼성! 결코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 ‘한국 대표 기업이라는 게 부끄러울 뿐’, ‘도저히 못봐 주겠다. 삼성제품 불매운동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쪽은 “주민들의 심정은 알겠지만 지금은 사과문 등 요식 행위보다는 복구가 우선”이라며 “법적 보상과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성실히 대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아직 삼성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루뭉실한 사과문을 발표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룹 차원의 종합대책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안/송인걸, 김회승 기자 igsong@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사설] 삼성은 오염책임 언제까지 회피할 건가
▶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무리한 운항탓 사고”
▶ 삼성중공업 예인선 ‘항해일지 조작’
▶ “갈매기 봤어유? 어찌나 반갑던지…꽃게도 곧 돌아오것지유?”
▶ 아이들 마음까지 덮친 기름… “할머니, 죽는다는 말 하지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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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주민들 ‘기름유출 사고책임’ 속내 드러내
“책임 피하려 공식사과 않는 것…초등생도 다 알아”
삼성쪽 “위탁사에 책임, 우린 도덕적 책임만” 주장
자원봉사자·누리꾼들 ‘삼성의 부도덕’에 비판 늘어
충남 태안반도 원유유출 사고 26일째인 2일, 눈보라와 추위를 피해 3일 만에 방제 작업에 다시 나선 피해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에 대한 감춰둔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유. 잘못했다고 말도 못 하남유?”
충남 가로림만에서 만난 백남춘(43·성일호 선장)씨는 “삼성중공업이 사고를 낸 것이 드러났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처음에는 어민들이 기름배(유조선)를 욕했는데 지금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사고낸 거 다 알고 있다”며 “대통령도 잘못하면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데 삼성(중공업)에서는 잘못했다는 말도, 책임지겠다는 말도 없다”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만리포 주민 이성원씨는 “장사도 다 망쳤고, 오염이 몇년 갈지도 몰라 ‘데모하자’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닌데 당장 기름 닦는 일이 급해 꾹꾹 참고 있다. 삼성이 책임을 피하려고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보상에 앞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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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중공업 쪽이 사고 초기 해경에서 “해상 크레인 항해는 오래 전부터 ㅂ회사가 위탁을 받은 만큼 항해에 따른 사고 책임은 ㅂ회사에 있을 뿐 우리는 도덕적인 책임만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가중되고 있다.
태안해경 수사관계자는 “삼성 쪽이 사고의 책임을 면하려고 ㅂ회사에 항해 부문을 맡겼다고 주장했으나 예인선단은 삼성중공업이 삼성물산 등으로부터 장기임차한 것이고 선원 고용, 임금지급 형태 등을 볼 때 사고의 책임은 법인(삼성중공업)에 있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ㅂ회사는 자본금 5천만원의 영세 해상 운송업체다.
이에 대해 정수완(35)씨는 “초등학생들도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제대로 항해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걸 다 아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검은 기름띠를 걷어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누리꾼들도 삼성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만리포에서 자원봉사를 한 김동성(29), 김춘식(28)씨는 “가서 직접 보니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고 언제까지 기름을 걷어내야 할지 암담했다”며 “어린 학생들도 방제복 안에 우비를 입고 추위에 떨며 일하는데 가해 기업은 어디에도 없더라”며 혀를 찼다.
누리꾼들도 원유유출 사고 기사마다 수백 건씩 삼성중공업의 부도덕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호종1976, 콤젝, 킴씨21 등은 ‘삼성! 결코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 ‘한국 대표 기업이라는 게 부끄러울 뿐’, ‘도저히 못봐 주겠다. 삼성제품 불매운동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쪽은 “주민들의 심정은 알겠지만 지금은 사과문 등 요식 행위보다는 복구가 우선”이라며 “법적 보상과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성실히 대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아직 삼성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루뭉실한 사과문을 발표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룹 차원의 종합대책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안/송인걸, 김회승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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