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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비전을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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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9일 수요일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까?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6.9)

김혜영씨는 63빌딩 분수 플라자 뷔페에서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여직원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아내와 점심을 하기 위해 들렀던 때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매우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된 것은 두번째 만남부터였다.

우선 그녀는 우리가 한 번 찾아와준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에게 몇 개의 과자를 접시에 담아서 주었다.
뷔페였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그녀가 담아온 과자들은 진열된 과자와 조금 다른 것들이었다.

아이들과도 한두 마디 밝고 건강한 말들을 잊지 않았고, 특히 작은아이에게 아주 예쁘게 생긴 흰색 우산을 하나 선물하였다.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은 아닌 단순한 판촉물에 불과했지만, 작은아이는 매우 즐거워했다.

그녀는 1년에 두 번 정도 우리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예를 들어 결혼 기념일이라든가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말이다.
그녀의 편지는 인쇄물이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끼리 보내는 그런 편지처럼 안부를 묻고, 자신의 일들도 적고, 몇 마디 좋은 축복의 말들을 나누는 그런 사적인 편지들이었다.

가족들은 특별한 가족 행사가 있으면, 먼저 이 레스토랑을 생각했다.
목적과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으면, 대체로 이곳에 와서 저녁을 먹곤 하였다.
그래보았자 1년에 두어 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우리를 매우 특별한 고객으로 취급해준다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그녀는 몇년전에 그곳을 곧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두는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결혼하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그 후 한 번 더 이 식당에 가보았는데, 그녀는 없었다. 그리고 누구도 우리를 단골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도 우리 부부도 그 후에는 다시 이 식당에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실제로 몇 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김혜영씨는 언젠가, 혹은 이미, 자신의 식당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을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봉급은 작고 일은 많은 여급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당했고 친절했으며, 매우 밝았다.
그녀는 그곳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에서 (생각의나무)







김혜영씨는 한 대형 뷔페 식당의 여종업원이었습니다.
항상 서있거나 뛰어다녀야 했고, 급여도 적었겠지만, 그녀는 친절하고 밝았습니다.

매니저가 시키는 일만 마지못해하는, 근무시간이 언제 끝나나 시계만 쳐다보는, 그런 종업원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겠다는 비전을 가진,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쯤 한 식당 또는 매장을 책임지는 매니저가 됐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 겁니다. 자신이 말단 여종업원으로 일했던 때와 똑같이 친절하고 당당한 표정을 하며 말입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경비 아저씨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하지만 표정과 태도는 많이 다릅니다.

볼 때마다 대개 경비초소에 앉아 졸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밖에 있을 때도 항상 지루한 표정입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내가 어쩌다가 경비일을 하게됐지..."라고 한탄하는 말이 들리는 듯합니다. 항상 위축되어 있고 어둡습니다. 당연히 고객인 아파트 주민들에게 친절할 리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경비일을 오래 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십니다. 그분은 언제나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해야할 일이 없는지 점검합니다.
주민이 주차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무거운 차량들을 이리 밀고 저리 밀며 항상 주차 상황을 관리합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든 주민을 보면 달려나와 함께 들어주며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동네 꼬맹이들의 인사도 활짝 웃으며 받아줍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아파트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그의 비전입니다.

그를 '초라한 경비원'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스스로 당당하고 밝은 주민들의 친구가 됐습니다.
그의 비전, 그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는 앞으로도 주민들과 즐겁게 지내며,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일, 주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에 다가갈 것입니다.

어느 곳이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밝은 표정의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식당에도 아파트 경비실에도, 백화점 매장에도, 초등학교 수위실에도, 회사 사무실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자신의 비전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
바로 이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비전을, 어떤 삶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이 게시물은 nuno님에 의해 2007-01-23 19:35:19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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