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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승진신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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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승진신화 비결은..." 

"직원들이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CEO인 당신이 그들을 더 필요로 한다. 내 임무는 우리 직원들이 이 회사에 남아 일하고, 회사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나가는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하니웰의 전 회장 로렌스 보시디가 한 말이다.

지난 2002년 IT 업계 `초고속 승진 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지일상 한국CA 사장(39) 또한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의 역량에서 찾는 CEO다. 취임 2년 6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회사의 매출 규모는 약 20% 커졌고 직원수는 30% 가까이 늘었다. 세계 3위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A) 한국지사인 한국CA는 지 사장의 지휘 아래 조직문화를 혁신한데 이어 한단계 더 도약했다.

# 인재 중시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좋은 분들을 모셔오는데 가장 역점을 두었습니다. `숫자에는 자신이 없지만 회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만큼은 책임지겠다`고 당시 저를 발탁한 찰스 왕 회장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지 사장은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실행했을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에게도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데려오라고 주문했다. 조직 바깥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경쟁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야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주문이 쉽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지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부리기 편한 사람을 데려오면 한두해는 내 자신이 편하겠지만, 그러다보면 결국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을 모셔오면 결국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 되고 회사의 경쟁력도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초고속 승진`의 비결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자신의 능력을 지키는데 연연하기 보다 조직의 능력을 키우는데 눈을 돌림으로써 스스로 운신을 폭을 넓히는 지혜를 그는 이미 몸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저는 사장이 되는 순간 바로 그 다음을 생각했죠.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를 거쳐 미국 본사에 들어가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늘 있는 자리에서 도달할 수 있는 그 다음 목표를 생각한다는 지 사장. 첫 직장인 제일기획에 입사했을 때부터 자신의 인생 스케줄에 따라 운신의 폭을 가늠했고, 생소한 IT분야에 뛰어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자신보다 능력있는 사람을 모시는 일 또한 그같은 그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밑에 있는 사람이 맡은 일을 잘 해야 제가 더 큰 물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에 욕심을 내는 것입니다."

# 적응력

지 사장은 지난 2002년 한국CA의 CEO로 취임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37살의 나이에 CEO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영업통이 아닌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라는 특이한 경력 때문이다. 더군다나 IT 경력은 불과 4년이 채 되지 않은 광고회사 출신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어떤 상황에도 적응을 잘 하는 편입니다. 아버님이 무관으로 근무하셔서 중학교 시절을 영국에서 보냈죠.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졸업하고 다시 미국에 가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적응력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국내외를 두루 거치며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문화와 대인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의 위기`에 함몰되지 않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적응력을 배운 듯 했다.

IT에는 문외한이었던 그는 제일기획을 떠나 한국CA에 입사한 후 유례없는 초고속 승진을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케팅 과장으로 입사한 뒤 차장, 부장, 이사 등 거의 6개월에 한번씩 승진을 거듭했다. 지 사장의 친화력과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인 CA에서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으로 쌓은 영어 실력과 경험은 본사와 지사, 고객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 인간미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이미 8년간의 해외경험을 갖고 있는 젊은 외국계 기업 CEO라면 깍듯한 매너와 세련미 등 뭔가 문화적인 이질감이 느껴질 법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정반대. "저요, 사실 보기보다 촌스런 구석이 많습니다.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구요"

그는 직장을 다녀도 자주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한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일기획을 떠난 이유도 IMF 사태로 동료들이 회사 문을 나서는 것을 보면서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한국CA로 옮길 당시 다른 회사를 포함해 딱 두 곳에만 원서를 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는 치밀하게 재는 스타일은 아닌 듯 보였다.

겸손과 친화력 그리고 느린 말투에서 느껴지는 신뢰감 속에 감추어진 뚜렷한 목표의식에서 그의 또다른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박응식기자 ntc21@moneytoday.co.kr
머니투데이 
 
[이 게시물은 nuno님에 의해 2007-01-23 19:35:19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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