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상처상식’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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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 소독은 오히려 피부세포 재생 방해해
진물, 상처에 이로운 호르몬 있어 닦지 않아야
아픈 부위가 촉촉하면 딱지 안생겨 흉터 없어
[조선일보 임호준 기자]
아이가 넘어져 팔꿈치나 무릎이 까져 피가 나면 제일 먼저 찾는 게 머큐로크롬이나 과산화수소 등 소독약이다. 상처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날 정도로 ‘깨끗이’ 소독한 뒤 마른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이면 일단 응급처치는 끝.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해 상처에 딱지가 앉으면 비로소 다 나은 것으로 간주한다. 요즘은 머큐로크롬 대신 항생제 연고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 이후 과정은 예전 그대로다. 적어도 수십년에 걸쳐 대부분의 부모가 이렇게 응급처치를 해 왔다.
“상처는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건조시켜서 딱지가 생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처치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상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그러나 “상처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엉터리”라고 말한다. 심지어 의사나 간호사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입는 대부분의 가벼운 상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독할 필요가 없다. 알코올이나 머큐로크롬 등으로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피부 상피 세포의 재생을 방해해 상처를 오히려 늦게 아물게 한다. 또 구태여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상처가 심하게 오염돼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나, 얼마나 감염됐는지 겉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엔 소독을 하고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가 있다.
상처를 입으면 가장 먼저 흐르는 수돗물에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상처를 입은 부위가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경우엔 비누를 사용해서 씻는 게 좋다. 이렇게만 해도 충분한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도 가끔씩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씻어 줄 필요가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이 아니라 세균이므로 물이 들어가면 곪는다는 얘기는 엉터리다. 그러나 물이 고일 수 있는 움푹 파인 상처는 경우에 따라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상처에서 생기는 진물에는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여러 가지 성장호르몬이 포함돼 있으므로 절대 닦아내선 안 된다. 오히려 진물이 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욕창 환자나 당뇨병 환자 등의 만성 상처에서 나는 진물은 상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으므로 닦아 내야 한다. 고름은 물론 짜내거나 닦아낸 뒤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상처 부위는 가급적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조한 상태보다 수분이 적당히 유지된 촉촉한 상태에서 피부 세포는 40% 정도 빠르게 재생된다. 그러나 마른 거즈를 대면 상처 부위가 건조해질 뿐 아니라, 진물까지 모두 흡수해 버리므로 상처 회복이 더뎌지게 된다. 또 마른 거즈와 상처 부위가 서로 달라붙어, 거즈를 갈 때 새로 재생된 피부 조직이 2차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마른 거즈는 상처에 대지 않는 게 좋다. 요즘엔 상처 부위를 생리적으로 촉촉하게 유지하는 ‘습윤 드레싱제’가 많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습윤 드레싱제가 없다면 차라리 깨끗한 랩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마른 거즈에 연고를 발라서 상처에 대도 습윤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엔 일회용 밴드도 코팅 막 처리돼 있어 어느 정도 습윤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른 거즈를 대면 상처 부위의 진물이 말라 딱지(가피)가 생기는데, 재생되는 피부 조직은 생리적으로 촉촉한 환경을 찾아 이동하므로 딱지 밑 세포의 이동은 느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딱지가 생기면 상처 회복이 더뎌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같은 상처의 치유 과정은 흉이 형성되면서 아물 확률이 높아지므로 보다 깨끗이 상처를 낫게 하려면 딱지가 생기게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상처 부위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딱지가 생기지 않고, 따라서 흉이 발생할 확률도 줄어든다. 대개의 경우 피부가 진피까지 손상받은 경우 흉이 지게 된다. 상피만 손상받은 경우 대부분 흉 없이 깨끗이 낫는다.
상처 부위는 가급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온도가 높아야 산소 농도도 높아지며, 이 상태에서 피부 세포의 재생력이 극대화된다. 뿐만 아니라 호기성(好氣性)균의 식균(食菌) 작용도 활발해져 감염 없이 상처가 깨끗이 낫는다.
〈도움말:박명철·아주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전욱·한강성심병원 외과 교수, 홍준표·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이 게시물은 nuno님에 의해 2007-01-23 19:35:37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 이동 됨]
진물, 상처에 이로운 호르몬 있어 닦지 않아야
아픈 부위가 촉촉하면 딱지 안생겨 흉터 없어
[조선일보 임호준 기자]
아이가 넘어져 팔꿈치나 무릎이 까져 피가 나면 제일 먼저 찾는 게 머큐로크롬이나 과산화수소 등 소독약이다. 상처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날 정도로 ‘깨끗이’ 소독한 뒤 마른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이면 일단 응급처치는 끝.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해 상처에 딱지가 앉으면 비로소 다 나은 것으로 간주한다. 요즘은 머큐로크롬 대신 항생제 연고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 이후 과정은 예전 그대로다. 적어도 수십년에 걸쳐 대부분의 부모가 이렇게 응급처치를 해 왔다.
“상처는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건조시켜서 딱지가 생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처치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상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그러나 “상처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엉터리”라고 말한다. 심지어 의사나 간호사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입는 대부분의 가벼운 상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독할 필요가 없다. 알코올이나 머큐로크롬 등으로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피부 상피 세포의 재생을 방해해 상처를 오히려 늦게 아물게 한다. 또 구태여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상처가 심하게 오염돼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나, 얼마나 감염됐는지 겉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엔 소독을 하고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가 있다.
상처를 입으면 가장 먼저 흐르는 수돗물에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상처를 입은 부위가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경우엔 비누를 사용해서 씻는 게 좋다. 이렇게만 해도 충분한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도 가끔씩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씻어 줄 필요가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이 아니라 세균이므로 물이 들어가면 곪는다는 얘기는 엉터리다. 그러나 물이 고일 수 있는 움푹 파인 상처는 경우에 따라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상처에서 생기는 진물에는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여러 가지 성장호르몬이 포함돼 있으므로 절대 닦아내선 안 된다. 오히려 진물이 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욕창 환자나 당뇨병 환자 등의 만성 상처에서 나는 진물은 상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으므로 닦아 내야 한다. 고름은 물론 짜내거나 닦아낸 뒤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상처 부위는 가급적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조한 상태보다 수분이 적당히 유지된 촉촉한 상태에서 피부 세포는 40% 정도 빠르게 재생된다. 그러나 마른 거즈를 대면 상처 부위가 건조해질 뿐 아니라, 진물까지 모두 흡수해 버리므로 상처 회복이 더뎌지게 된다. 또 마른 거즈와 상처 부위가 서로 달라붙어, 거즈를 갈 때 새로 재생된 피부 조직이 2차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마른 거즈는 상처에 대지 않는 게 좋다. 요즘엔 상처 부위를 생리적으로 촉촉하게 유지하는 ‘습윤 드레싱제’가 많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습윤 드레싱제가 없다면 차라리 깨끗한 랩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마른 거즈에 연고를 발라서 상처에 대도 습윤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엔 일회용 밴드도 코팅 막 처리돼 있어 어느 정도 습윤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른 거즈를 대면 상처 부위의 진물이 말라 딱지(가피)가 생기는데, 재생되는 피부 조직은 생리적으로 촉촉한 환경을 찾아 이동하므로 딱지 밑 세포의 이동은 느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딱지가 생기면 상처 회복이 더뎌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같은 상처의 치유 과정은 흉이 형성되면서 아물 확률이 높아지므로 보다 깨끗이 상처를 낫게 하려면 딱지가 생기게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상처 부위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딱지가 생기지 않고, 따라서 흉이 발생할 확률도 줄어든다. 대개의 경우 피부가 진피까지 손상받은 경우 흉이 지게 된다. 상피만 손상받은 경우 대부분 흉 없이 깨끗이 낫는다.
상처 부위는 가급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온도가 높아야 산소 농도도 높아지며, 이 상태에서 피부 세포의 재생력이 극대화된다. 뿐만 아니라 호기성(好氣性)균의 식균(食菌) 작용도 활발해져 감염 없이 상처가 깨끗이 낫는다.
〈도움말:박명철·아주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전욱·한강성심병원 외과 교수, 홍준표·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이 게시물은 nuno님에 의해 2007-01-23 19:35:37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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